아침에 일어나 가을이가 사용하던 물품들을 정리했더니 방 한 가득이다.
대형 후드 화장실, 포장도 뜯지 않은 모래와 사료, 간식들. 음수량 늘리는데 꽤나 도움을 줬던 세라믹 정수기, 가을이가 혹시나 탈출할까봐 현관에 설치해두었던 철제 팬스….
그중 쓸모 있을만한 것들을 골라 당근마켓에 올렸더니 올리자마자 거래 요청이 빗발쳤다.
절반은 오늘 모두 거래되었고, 나머지도 조만간 알 수 없는 어떤 고양이의 일용품이 되어 주겠지.
첫 거래를 하고 가을이를 찾아가 거래 사실을 알렸다. 네가 사용하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미안하다고….
이것은 가을이를 잊기 위함이 아니다.
일상에서 무방비 상태로 가을이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느닷없이 찾아오는 그런 슬픔을 이제 겪고 싶지 않았다. 가을이와의 추억은 내 맘 깊숙이 넣어두고 내가 준비되는 순간에만 그 안으로 들어가 살짝 만나고 오고 싶다. 그래야 좀 더 오래오래 가을이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