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8-우다다

우리집에 적응한 가을이는 하루가 다르게 아기 티를 벗고 조금씩 야무진 어린이 고양이로 성장했다.

이 무렵 가을이는 좁은 자기 방을 뱅글뱅글 뛰어다니곤 했다. 그 짧은 다리로 있는 힘을 다해 빠른 속도로 뱅글뱅글 지칠 때까지 뛰어다니다 지치면 숨을 몰아쉬며 웅크리고 앉아있곤 했었다. 이런 가을이의 모습을 보며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우다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게되었다. 이 무렵 가을이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 없을 정도로 잠시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우다다” 거리며 뛰어다녔던 것 같다. 그런 가을이를 보며, “가을이는 자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이 무렵이 가을이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조금 더 자라 어른 고양이 티가 날 때 즈음부터는 이렇게 “우다다”하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움직임이 줄어들고 작년, 나와 함께 제주도로 이주한 이후는 눈에 띄게 움직임이 줄어 들었음에도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 나의 큰 잘못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을이의 몸에 이상이 생겼을 것이고 그것이 가을이의 움직임을 줄어들게 만들고, 줄어든 움직임이 가을이의 건강을 더 악화시켰을텐데 그러한 과정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내가 원망스럽다.

가을이가 떠나간 지금, 온 방을 뱅글뱅글 뛰어다니던 어린 가을이의 모습이 그립다.
그 어딘가 아프지 않은 곳에서 8년 전에 너가 그랬던 것처럼 맘껏 뛰어다니고 있기를……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