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고 맞는 첫 봄이다.
어젯밤과 아침 사이에 새 찬 봄비가 내렸고 이곳 너가 잠들어 있는 공원에는 물안개가 짙게 깔려있다. 너를 보내고 가을, 겨울을 보냈다. 그 계절들 속에서 너의 무덤은 떨어진 낙엽과 메마른 풀들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생기 넘치는 풀들과 민들레꽃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멀리서는 그 위치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다.
풀을 헤치고 네게 다가가 언제나와 같이 너를 덮고 있는 흙을 지그시 밟아 주었다. 잠들어 있는 네가 나를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너를 느낄 수 있도록….
봄이 더 짙어 지고 여름이 오면 이 풀밭은 더 무성해지고 온갖 벌레들과 생물들로 넘쳐나 이렇게 너를 지그시 밟아 주기도 힘들겠지.
가을이 돌아와 네가 다시 너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너가 다시 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잘 있기를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