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젖먹이 아기 고양이

가을이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낯선 우리 집에 적응하기 위해 꽤 많은 고생을 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 신세를 졌다. 링거를 꼽고 산소방 안에 눕혀진 가을이를 보며 신께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저 연약한 생명을 제발 지켜달라고.
신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다행스럽게 가을이는 곧 퇴원했고 언제 아팠냐는 듯이 이내 아깽이 짓을 해대기 시작했다. 우다다 우다다…

어떤 날은 젖병을 입에 대기 무섭게 허겁지겁 분유를 먹다가 젖병 고무까지 뜯어 삼켜버리기도 했지. 그날 난 또 하루 종일 고무 조각을 삼킨 가을이가 탈이 날까 두려워 온 신경을 곤두 새웠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에 온 지 이틀째였던가. 가을이가 처음 용변을 보던 순간이 기억난다. 따뜻한 물을 묻힌 거즈로 똥꼬를 살살 문질러줬더니 신기하게도 가을이는 화장실로 마련해 둔 모래 상자로 기어들어가 있는 힘을 다해 아주 작은 한 덩이를 배출했고 그 물질을 덮으려고 연약한 팔다리로 모래를 휘져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가을이는 정말 고양이었던 것이다.

그 시절 적어두었던 내 글을 보면 가을이의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때문에 꽤나 신경 쓰였었던 것 같다. 어렵사리 첫 발톱 깎기를 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던가. 오래 고민한 끝에 사람 손을 깨무는 버릇을 고쳐주리라 맘먹고 달려들었었지. 양 손에 두터운 장갑을 끼고 가을이가 손을 깨무는 순간 살짝 때려줌으로써 사람 손을 깨물면 혼나게 된다는 것을 인식시키려는 것이 나의 의도였다. 내 나름의 훈련을 시작한 지 10여분 되었을까, 이내 나는 가을이에게 투항하고 말았다. 가을의 의지는 대단한 것이어서 마치 15라운드 내내 얻어맞으면서도 절대 뒷걸음질 치지 않는 복서의 불굴의 의지와도 같았다. 난 가을이의 의지를 인정해줬고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는 가을이를 길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이 생명체는 길들여질 수 없는 고결한 그 무엇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깨달았었다고는 하나 난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내 생각으로 가을이를 길들이려 했던 실수를 저질렀고 그때마다 뼈아픈 실패를 맞보고 또다시 깨닫는 것을 반복했던 것 같다. 가을이의 마지막 날도 그랬고….

그무렵의 난 이렇게 적고 있다.

주제에 맞지 않게 아가 고양이를 들였다.
중간고사에서 올백을 인정받아 선물로 들여온 아가 고양이를 보고 딸아이는 너무 좋아한다. 우리가 이 아가와 끝까지 행복한 시간들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직 이름 없는 아가의 지금까지의 생애는 다음과 같다.

2013. 9/15 인천 태생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1450, 2남 4녀의 아가 중 남아, 몇째인지는 알 수 없음.)
10/20 태어난 지 35일 만에 우리 집으로 입양
10/21 우리 집에 온 후 하루하고 반나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걱정을 안겨주던 아가에게 분유를 타주자 이를 처음으로 먹음
10/22 우리 집에 온 후 처음으로 응가함.
10/28 아침에 젖병 고무 꼭지를 씹어 삼켰는데 심히 걱정되는 상황. 응가로 나와야 할 텐데..

처음 우리집 에 왔을 때와는 달리 몰라보게 씩씩하고 과감해졌는데 혼자서도 우다다거리면서 잘 놀고 잘 잔다.
분유는 잘 먹는데 아직 물에 불린 사료를 겨우 조금씩 먹는 정도이고 분유를 떼고 사료로 넘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손발톱은 한번 힘들게 깎아줘서 예리함은 조금 무뎌졌는데 이제는 이빨이 문제다. 살살 물어도 꽤 아프다.

아가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 줘.

2013년 10월 28일

201310??

가을 1-첫 만남

가을이를 만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딸아이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딸아이는 예쁜 아기 고양이를 갖고 싶어 했다. 어떤 트라우마 때문인지 아니면 본래 타고난 기질 때문인지 동물을 지독히도 무서워했던 아내도 사랑스러운 딸아이의 순수한 희망을 언제까지나 모른 척할 수는 없었고 마침내 고양이 입양을 허가하고 말았다.
이제 입양할 고양이를 알아보는 것부터 고양이의 습성에 대해 학습하고 함께 지낼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 되었다.
딸아이의 요구 사항은 명확했다. 하얀색 페르시안.

2013년 9월 15일생이라 했다.
처음 가을이를 만난 순간, 나는 선택해야 했다. 같은 어미로부터 나온 여섯 마리 중 입양 보내고 남은 두 마리의 아기 고양이. 그중 한 마리를 우리의 식구로 선택해야 했던 것이다. 하얀 앙고라-페르시안 믹스였다. 코의 생김새로 봐서는 앙고라에 더 가까워 보였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가을이를 선택했을까? 다른 아이를 가을이로 선택했었더라면 또 결말이 달라졌을까?
어쨌든 나는 조금 더, 아주 조금 더 예뻐 보였던 가을이를 선택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펫 샵에 들러 고양이 분유와 젖병을 샀다.

201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