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6-비양도, 협재, 금능, 모슬포, 송악산

80km, 6시간 40분 라이딩을 했다.
목 뒷부분이 가끔 따가울 정도의 햇볕과 흰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 시원한 바닷바람과 쉼없이 들려오는 파도소리. 이 모든 것이 지금이 바로 가을임을 말하고 있었다. 가을.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 나는 그동안 휴일이면 대체로 오전엔 가까운 바닷가 라이딩, 오후엔 일주일 치 수업 준비를 했었다. 그러니까 아직 가을이가 항상 내 곁에 있을 때는 말이다.
함께 일하는 친구는 내게 하루 쉬는 날을 이용해 제주 곳곳을 다니면서 제주 생활을 즐기라고 했지만 할 일이 많아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보니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닐 수 없었던 것은 해야 할 일 때문이라기보다는 하루종일 가을이를 혼자 두기 미안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 사는 독립적인 동물이다.
하지만 나는 가을이가 혼자서는 외로움을 탔었다는 것을 안다. 몇 시간의 부재 후 돌아왔을 때 가을이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시크한 녀석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었는지, 그 말 없는 녀석이 마치 “대체 날 혼자 두고 어딜 다녀오는 거야?” 하듯이 짧게 야옹 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가을이답게 대놓고 반가움을 표시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침 9:20 배 시간을 맞추려면 1시간 안에 비양도행 배가 출발하는 한림항까지 이동해야 했다. 거리는 17km. 자전거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길이라 자전거로 움직인다는게 옳은 결정인지 망설여졌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는 좁은 차도라면, 경사가 생각보다 심하다면, 무엇보다 자전거로 간다면 되돌아올 체력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에 대한 계산이 잘 안 되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생각으로 일단 라이딩에 나섰다.

어떻게든 잘 되었다.
배 시간에 맞춰 한림항에 도착했고, 배에 자전거도 실을 수 있었다.
비양도에 머문 2시간 동안 비양도를 한 바퀴 돌고, 호돌이 식당에서 보말죽을 먹고, 비양봉에도 올라갔다. 비양봉에서 섬 전체를 내려다보니 섬이 정말 작았다. 섬 반대편으로 내려와 섬을 반 바퀴 더 돌고 나니 딱 돌아오는 배 시간에 맞았다.

20211005-비양도의 백구

한림항에 돌아와 왔던 길과는 다른 해안도로를 쭉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금능 해수욕장의 바다 색은 이전과 같이 매력적이었고, 신창해안로의 거대한 풍차들은 여전히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해안로를 따라 몇 십 km를 라이딩하니 마치 내가 제주도민인 듯 해안 뷰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관광와서 자전거를 빌려 행복한 표정으로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연인들, 아마도 육지에서부터 실어 왔을 자신의 자전거로 제주도 해안도로 일주에 도전하는, 옷차림새나 자전거로 보나 전문 라이더 같이 보이는 라이딩 팀들. 순수한 운송수단으로 앞 바구니에 장 본 물건들을 가득 싣고 천천히 달려가는 노년의 주부들.
제각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와중에 나는 혼자 아무 목적없이 아무 생각없이 반복적인 동작으로 일정한 속도로 끊임없이 다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80km, 6시간 40분을 타게되었다. 자전거로 나선 길은 어쨌든 자전거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으니…

피곤함에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어 좋겠다 싶었는데, 다리 통증 때문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을이 생각을 하다 새벽녘에야 선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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