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백무동-중산리 (20140530~0531)

2박은 부담스러웠다. 체력도 그렇고, 회사 빠지는 것도 그렇고… 세석에서 1박 하며 세석평전의 철쭉이나 보고 오자며 그나마 짧은 코스로 택했다.

백무동 – 세석(6.5Km, 1박) – 장터목 (3.4km) – 중산리 (5.3Km), 총 15.2Km

오를 때는 체력이 문제였고, 내려올 때는 오르며 망가진 무릎 통증이 문제였다.
그나마 오를 때는 힘들었어도 목표가 있어서 그랬는지 행복한 마음뿐이었는데, 내려올 때는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볼 때마다 욕을 해댔다. 이리 많이 왔는데, 아직 이리 많이 남았느냐고…

2년 전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내려올 때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입에서 욕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웃기다. 사서 고생이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늘어난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내 무릎을 탓해야지 험한 탐방로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랴….
살을 빼든 무릎을 단련하든 둘 중의 하나를 확실히 하기 전에는 다시는 지리산에 오르지 않으리라.
근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지리산 산행에 천왕봉을 빠뜨린 것은 굳이 정상을 찍어야 하냐는 인생관을 반영한 것이었으나 창피하게도 이러한 선택은 인생관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능력의 문제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상을 찍을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나 굳이 찍지 않고 산행을 즐기겠다고 말할 수 있는 염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참담하다.
인생에서는 그러지 말아야 할 텐데…

올라야 할 길이 까마득해 힘들게 느껴질 땐
잠시 앞은 보지 말고 땅만 보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보자.
힘겨운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어느새 나는 앞으로 앞으로 나가고 있을 테니..

올라야 할 길이 까마득해 힘들게 느껴질 땐
잠시 길옆에 털썩 주저앉아 삶은 계란과 칼로리발란스로 허기를 채워보자.
허기를 채우며 지금까지 힘들게 올라온 길을 가만 내려다보고 있으면
곧 다시 길 위에 올라설 기운이 생겨날 테니..

2014.5.30 백무동-세석 막바지 오르막에서

기대했던 철쭉은 이미 다 시들어 버렸다.
아쉬운 맘으로 잠 못 이룬 깊은 밤의 산책길
흐드러진 별꽃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2014.5.30 캄캄하고 시원했던 세석대피소 뜰에 누워 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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