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락(The Humbling) – 필립 로스

작년 85세의 나이로 타계한 필립 로스(March 19, 1933 – May 22, 2018)의 2009년 작품
원제는 The Humbling. 우리말 제목과는 좀 거리가 있다.
humbling: (adj.) making you realize that you are not as important, good, clever etc as you thought (macmillandictionary.com)

그를 마지막 연기(자살)로 이끈 페긴에 대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연기 대용품으로서의 집착이었을까?

2014년 알파치노와 그레타거윅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의 연기가 상당히 기대되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 보지는 않으려고 한다.
알파치노의 은밀한 관계 (우리말 제목이 상당히 깬다.)

그는 스스로에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자신이 푸로스퍼로 혹은 맥베스라는 것을 납득시키지 못했듯 자신이 미쳤다는 것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지 못했다. 그는 미치광이로서도 가짜였다. 그가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은 어떤 역을 연기하는 역할뿐이었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을 연기하는 제정신인 사람. 상심한 사람을 연기하는 안정적인 사람. 자제력을 잃은 사람을 연기하는 자제력 있는 사람. 하찮은 인물을 연기하는 흠잡을 데 없는 위업을 달성한 – (..중략..) – 연극계의 명사. 밤이면 그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자신의 재능도, 이 세상에서의 자기 자리도, 자신의 본모습까지도 박탈당한 남자의 역할에 갇힌, 결점만 줄줄이 모아놓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혐오스러운 남자의 역할에 여전히 갇힌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아침마다 그는 몇 시간씩 침대에 숨어 있곤 했는데, 그런 역할에서 숨는다기보다는 단순히 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살에 대한 게 전부였지만, 그것을 흉내내지는 않았다. 죽고 싶어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살고 싶은 남자였으니까. (p15)

그주 후반에 청소를 하러 온 여자가 다락방 바닥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을 때, 그의 옆에는 이렇게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사건의 진상은 콘스탄틴 가브릴로비치가 총으로 스스로를 쏘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갈매기]의 마지막 대사였다. 확고하게 자리잡았던 무대의 스타, 한때는 배우로서 명성이 자자했고, 전성기에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극장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그가 그 역을 훌륭하게 해냈던 것이다.(p151)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