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그동안 많이 사 모았다.
이제는 책을 읽자.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모든 책들을 당장 읽고 싶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대로 심사(深思)하고 나만의 오독(誤讀)을 통해 시습(时习)하고자 한다면 서두르면 안될 것이다.

Someday.
“I’ll do it someday.”
Monday, Tuesday, Wednesday, Thursday,
Friday, Saturday, Sunday.
See? There is no Someday.

It’s time to ride.
(p15, 할리데이비슨 광고 카피 중)

우리에게는 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 많이 읽는 게 제일이잖아요. 1년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할 시간이 없죠.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양적으로는 많이 읽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책 속의 지식이 진짜 내 것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学而时习之)’도 같은 얘기입니다. 여러분 모두 다 아는 문장입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는 뜻이죠. 중요한 것은 시습(时习), 즉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려는 노력입니다. 이 문장을 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양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성으로 내가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중한 지식이 된다는 사실도요.
(p20)

어떤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생을 이렇게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旣存)이랍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건 등 대부분의 것은 기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거시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旣成)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저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미 결혼을 해서 딸이 하나 있고, 어떤 성취들도 했죠. 이건 끝난 겁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이것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이 1할의 1할입니다. 바로 미성(未成)이죠.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 하면 나의 하루입니다. 이불 개고 일어나, 오늘의 강독을 열심히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함께 TV도 보고 잘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p117)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우주달력’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138억 년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이 나타났을 때가 언제인가 하면 7만 년 전이랍니다. 138억 년을 1년으로 치면 인류의 출현은 12월 31일 밤 10시 30분의 일이라는 거죠. 인류 전체가 고작 남은 한 시간 반의 시간을 살고 있어요.
(p144)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소재보다는 그 소재를 해석해내는 카잔차키스의 역량을 높이 봤습니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 그 부분입니다. 여행지 자체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여행지를 소재로 한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이죠.
일반적인 여행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을 담습니다. 기차표가 얼마이고, 맛집이 어디에 있고 하는 식의 객관적인 사실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이 사람 외에는 건져 올릴 수 없는 것들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기행문들을 읽을 때에는 그것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p182)

지금까지의 여덟 번의 강독은 아마 저의 오독(誤讀)이었을 겁니다. 여러분도 기꺼이 오독을 하시길 바랍니다. 정독은 우리 학자들에게 맡겨둡시다. 우리는 그저 책 속의 내용을 저마다의 의미로 받아들여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각자의 오독을 합시다. 그래서 그로 인해 좀 더 풍요로워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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