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 김연수] 소설기계 설계도

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글을 쓰는 성실성이라는 작가의 말은 마치 학력고사 수석자가 과외 한번 없이 교과서 위주의 열공으로 이런 성과를 이루어냈다는 이야기 만큼이나 허무하게 들린다.(그렇다. 나는 학력고사 세대인 것이다!) 그러나 살아보면서 느끼지 않았던가. 그것이 진실이란 것을…
그러니 매일 쓰자.

호두과자기계처럼 논리적이고 절도 넘치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진짜 소설기계를 원한다면, 여기서 내가 그 설계도를 공개하겠다. 재능 따위는 그만 떠들고, 이 설계도에 따라 스스로 자신을 소설기계로 만들어보기 바란다. 이건 1932년 자신의 첫 소설인 [북회귀선]을 쓰면서 헨리 밀러가 창안한 11계명이다.

  1. 한 번에 하나씩 일해서 끝까지 쓰라.
  2. 새 소설을 구상하거나 [검은 봄](헨리 밀러의 두번째 소설)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지 마라.
  3. 안달복달하지 마라. 지금 손에 잡은게 무엇이든 침착하게, 기쁘게, 저돌적으로 일하라.
  4.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서 작업하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써라!
  5. 새로 뭘 만들지 못할 때도 일은 할 수 있다.
  6. 새 비료를 뿌리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땅을 다져라.
  7. 늘 인간답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곳에 다니고, 내킨다면 술도 마셔라.
  8. 짐수레 말이 되지 말라! 일할 때는 오직 즐거움만이 느껴져야 한다.
  9. 그러고 싶다면 계획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다음 날에는 다시 계획으로 돌아와야만 한다. 몰입하라. 점점 좁혀라. 거부하라.
  10. 쓰고 싶은 책들을 잊어라. 지금 쓰고 있는 책만을 생각하라.
  11.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을 쓰는 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들은 그다음에.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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