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 박웅현

2011년에 저자가 진행했던 8회의 강독회를 담은 책이다. 지난 해 말 즈음 상당히 인상 깊게 읽었다.
다독에 대한 콤플렉스 까지는 아니었지만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는 자책에서 벗어나서 적게 읽더라도 깊이 읽어 울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강의에서 소개하는 책들이다. 꼭 한번씩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 이철수 판화집 『산벚나무 꽃피었는데…』 『이렇게 좋은 날』 『마른 풀의 노래』
최인훈 『광장』 이오덕 『나도 쓸모 있을 걸』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 김훈 『자전거 여행』 1,. 2 『바다의 기별』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
『푸르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4강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 고은 『순간의 꽃』,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5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 김화영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알베르 카뮈 『이방인』, 장 그르니에 『섬』

6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7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8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
– 오주석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손철주 『인생이 그림 같다』
법정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행복하라』 『산에는 꽃이 피네』
한형조 『붓다의 치명적 농담』
프리초프 카프라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읽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줄 친 부분이라는 것은 말씀드렸던, 제게 ‘울림’을 준 문장입니다. 그 울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p34)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p129, 카프카)

베로나의 연인들의 비극적 결말. 연인이 죽었다고 오인 후에 청년이 목숨을 끊음. 그의 운명을 확인한 후 처녀도 자살. – 로미오와 줄리엣
젊은 주부가 가정불화를 이유로 열차 밑으로 몸을 던져 사망. – 안나 카레니나
젊은 주부가 가정불화를 이유로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 비소를 음독하고 사망. – 보바리 부인
(p131, 알랭 드 보통의 글 중에서)

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띄우는 땅버들 씨앗
이렇게 시작해 보거라 (p153)

그러나 땅 위의 덧없는 길손들인 인간
그는 인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합니다. 고은도 이야기했죠. 개미가 지나가는 건 이 땅이 너희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우리는 바보입니다. 우리가 주인이라고 굳게 믿고 있죠. 인도의 여성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에서 지구 역사에 인류가 차지하는 시간을 계산한 부분이 나오는데요. 사십육억 년 된 지구를 마흔여섯 살 된 여자로 상상해볼 때 최초의 단세포 생물들이 나타난 것은 그녀가 열한 살 때였고 공룡들이 지구를 배회한 것은 그녀가 마흔다섯 살이 넘었을 때, 그러니까 불과 여덟 달 전이며 인간의 문명은 지구라는 여자의 삶으로 친다면 불과 두 시간 전에 시작됐다는 겁니다. 정말 순간을 살고있는 덧없는 길손입니다. 그럼에도 그걸 모른 채 하루 24시간 바쁘게 살아가죠. (p181)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명제가 여러 철학자를 괴롭힌 이유는, 반대로 얘기하면 영원히 회귀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할 수 없는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느냐는 것이죠. 다 우연이지, 운명의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알고,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이 옳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는 의미입니다. 그저 주장할 뿐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정치인들은 그게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요. 추호의 의심도 없습니다. 나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게르만족이 유대인보다 더 우월하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했어요.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끔찍한 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겁니다. (p23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첫 문장에 대한 해석)

그녀에게 육체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몸은 영혼을 담아두는 그릇과 같은 것일 뿐이에요. 육체 안에 있는 영혼을 누군가가 정중히 불러주었으면 좋겠는데 주위 사람들은 모두 함부로 문을 열죠. 그래서 테레사의 영혼은 늘 췌장 깊숙이 숨어 있습니다. 마치 잠수함 속 승무원처럼. 잠수함이 바닷속 깊이 들어가 있을 때 문을 갑자기 ‘열면’ 승무원은 죽을 거예요. 그것처럼 아무나 함부로 문을 여는데 그때 영혼이 빠져나가면 죽어버리는 거죠. 그래서 췌장 깊숙히 숨는 거예요. 그런데 잠수함이 언젠가는 물 위로 올라오잖아요. 문을 열고 나가도 안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말입니다. 테레사는 그 세계로 가고 싶은 겁니다. 영혼이 나가도 죽지 않을 수 있는 세계로 말이죠. (p236)

이런 토마스의 추락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테레사의 꿈입니다. 꿈에서 소환당해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가서 착륙해 내리자 어떤 남자들이 총을 쏴요. 그런데 그때 토마스가 쓰러지더니 작은 토끼로 변해요. 테레사는 토끼가 된 토마스를 안고 안 된다라고 하면서 잠에서 깨어나죠. 그 토끼가 토마스예요. 연민으로 사랑을 시작해 한없이 작아진 남자. 밀란 쿤데라는 이 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연민, 즉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모든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최상의 감정이라는 겁니다.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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