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젤리 발바닥

가을이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했던 분홍색 젤리 발바닥에 어느새 굳은살이 생겼다.
외출 한 번 하지 않는 집고양이 주제에 발바닥에 굳은살이라…
좀 의외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이 녀석도 삼 년 가까운 생을 살아오면서 나름의 삶의 흔적을 발바닥에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다다 집안을 뛰어다니고 책장에 뛰어올랐다 뛰어내리고, 카펫에 스크래치를 해대는 일상에서 조금씩 조금씩 쌓여간 발바닥의 굳은살.
아기 때의 말랑말랑 젤리 발바닥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리 생각해보니 지금의 좀 딱딱하게 굳은 젤리 발바닥도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녀석의 삶이 담긴 굳은살 박인 젤리 발바닥.

여전히 발바닥 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녀석. 잠시 졸고 있는 사이를 틈타 발바닥을 간지럽혀 본다.
표면이 조금 굳었다 해도 달콤한 젤리의 맛은 아직 남아 있다. 딸 아이가 한때 좋아했던 젤리빈처럼…

아직 더 먹어야 할 설사약이 하루 치 남아있다.
약을 먹일 때마다 녀석과 치러야 하는 전쟁이 벅차지만 그나마 지금은 가끔씩 뛰어다닐 정도로 기운을 차려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약 얌전히 먹어주고 빨리 예전처럼 씩씩한 가을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가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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