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7년의 밤’에 비하자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치명적인 전염병과 살인, 폭력, 강간 등 무간지옥이 되어버린 28일간의 화양을 리얼하게 그려내는데는 성공한 듯 하나, 그 이상은 없다. 그나마 그 리얼함도 지나치게 남발된 잔혹한 표현으로 빛이 바랬다. 서사 또한 조금은 억지스럽고 이전 작품보다 안정적이지 못다는 느낌이다. 재형과 윤주가 사랑에 빠지는 설정도 그렇고 특전사로 화양에 파견된다던 수진의 쌍둥이 동생 현진은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읽는 내내 불편했던 점은 애초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상업적인 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쟝르 문학에 순수 문학의 순수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읽는 중에 그러한 불편함에 그냥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도 한두번 들었다. 이런 실망감은 저자가 ’7년의 밤’을 통해 높여 놓은 기대감이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가 집필 중 슬럼프에 빠져 몇 개월이나 진전없이 헤매다 결국 지리산 암자에 홀로 틀어박혀 처음부터 다시 썼다는데 그 고행이 내겐 감동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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