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아!

지난여름 아내와 딸아이의 2주간의 유럽 여행 이후 몇 달 만에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 이번엔 1주간의 일본 여행이다. 혼자된 지 첫날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술을 먹는다.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낸다. 배가 고프면 뭔가를 해 먹고, 너무 지저분하다 싶으면 청소와 설거지도 하고, 그동안 못 본 ‘인간극장’ 따위의 다큐멘터리도 찾아본다. 이런 일상적인 면에서 혼자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하나도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심해지면 때로 견디기 힘든 공포를 느끼기도 했었다. 일 년 전엔 말이다.

하지만, 지난여름과 이번 겨울, 난 외로움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가을이 덕분이다.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 지금도 내 2M 우측 마루바닥에 똑바른 자세로 웅크리고 앉아 잠을 잔다.

이 녀석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집에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겨지는 것은 확실히 싫어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사람을 막 따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쉽게 스킨쉽을 허락하지 않는다. 단지 사람 곁 1~2M 정도의 거리 유지하기를 좋아한다. 마치 용의자를 미행하는 잠복 형사처럼, 지구 주위를 도는 행성처럼, 어쩌면 이제 막 밀고 당기기를 시작한 약삭빠른 연인처럼…

지금 가을이가 눈을 떴다. 역시나 시선 안에 유지되고 있는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안심한 표정이다. 녀석… 고맙다. 네가 있어서 외롭지 않고 무섭지 않다.

사랑한다. 가을아.
내 깊은 잠을 자려면 너를 네 방에 넣어야겠지만, 이리 고마운 너를 내 어찌 네 방에 홀로 가두리….
내일 출근하면 12시간 이상을 혼자 버텨야 할 텐데…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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