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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2013)

영화 7번 방의 선물에서 아빠 용구가 딸 예승에게 덕담으로 건낸 말
일말의 언어적 포장 없이 깊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이 말이 두고두고 마음을 울린다.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맙습니다.

– 영화 7번 방의 선물 중에서

언젠가 나도 내 딸에게 용구와 같은 마음으로 이 말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2012)

마치 관객들까지 휩쓸어 갈 기세로 몰아치던 폭풍, 잔잔한 바다와 거기에 비친 구름과 하늘이 만들어낸 마치 꿈 속인 듯 했던 장면… 정말 많은 장면에서 인상적인 영상을 보여준 영화였다.
파이가 이야기한 두 가지 스토리 중, 객관적인 사실로 여겨지는 비참한 스토리가 아닌, 절대 있을 법 하지 않은 환상과도 같은 그 스토리를 믿고 싶어지는 것은 대체 어떤 심리일까?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2012)

참 좋은 영화였다.
배우들의 노래가 감동의 깊이를 더한다.
뮤지컬을 영화로 이렇게 감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다.
레미제라블이 이렇게 스케일이 크고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나중에 한 번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분량으로 미루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휴 잭맨은 단연 돋보였고, 러셀 크로우, 앤 해서웨이도 멋진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창녀가 된 판틴이 절망의 상황에서 부르는 I dreamed a dream, 죽음을 불사한 시민군 속에서 마리우스의 안위를 빌며 쟝발쟝이 부르는 Bring him home, 마지막 장면 안타깝게 죽어간 시민군들이 부르는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감동이 가시기 전, 우연히 케이블에서 2010년에 있었던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 영상을 봤다.

스탠드 마이크를 이용해 원래 뮤지컬 공연과는 좀 다른 형태의 공연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데, 영화와는 또 다른 생생한 맛이 느껴졌다. 이 공연의 마지막 무대로 펼쳐진 25년 전(1985년)의 오리지널 멤버로서의 쟝발쟝과 이후 쟝발쟝을 맡았던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Bring him home은 길고 지루했던 케이블 채널의 광고를 견디고 끝까지 채널을 사수했던 보람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 무대였다.

영화든 뮤지컬이든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예술가들 때문에 이 세상은 그나마 아름다운 것 같다. 그들이 무척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자신의 재능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들은 왠지 진정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An Unexpected Journey, 2012)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와이프가 딸 아이 몰래 산타 선물을 고르기 위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딸 아이와 함께 본 영화

거의 세 시간(정확히는 169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도 그렇고 반지의 제왕에서 느꼈던 웅장하고 다이나믹한 전투씬 등 10살 딸 아이가 보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달리 선택할 대안이 없었던지라 최악의 경우 보다가 중간에 나올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보기 시작

나로서는 이전에 아바타에서 느꼈던 영상 효과를 넘어서는 최고의 영상이라 느낄 정도로 멋진 영화였고, 딸 아이로서는 보는 내내 지루함과 엄청난 긴장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아마도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그런 묘한 상황이었으리라.

생긴 것으로보나 머릿수로 보나 무지막지했던 오크족, 고블린들과의 전투 장면에서는 두근 거리는 심장을 다스릴 방법이 없었는지 내 팔을 꼭 잡고 온 몸을 떨기도 했지만 끝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완주한 딸 아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고 나서 드워프족의 참나무방패 소린이 가장 멋있었다는 둥 스토리도 대부분 소화한 듯 하고, 이어서 반지의 제왕도 꼭 보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이제 딸 아이가 진정 아빠와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본 소양을 갖추게 된 듯 하여 뿌듯하다.

3D로 보았음에도 이렇게 영상이 충격적인데, HFR ATMOS로 보았으면 정말 그 영상과 사운드가 어떨지 상상이 잘 안된다.

스토리나 연기 등을 논할 필요가 없는 영상. 이 영상 하나만으로도 세 시간의 가치는 충분한 영화였다.

20121221 들국화 2막1장 앵콜공연

올해 있었던 반가운 일 중의 하나는 들국화의 재결성이다.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 세 분만으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80년대 들국화의 향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같은 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학전 공연을 뒤늦게 알게 된 아쉬움에 올해 안에 또 하나의 공연이 있기만을 학수고대하다가 연말 앵콜 공연을 힘겹게 예매하여 와이프와 딸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마침내 만난 이들의 공연은 내겐 큰 감동이었다.
얼마 전 대선에서의 상실감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런 아픈 마음들에 위로를 주기엔 충분한 공연이었다.
전인권씨가 부르는 “걱정말아요 그대”는 이런 위로의 클라이막스였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랫말이 두고두고 마음 깊히 울린다.

전인권씨가 부르기에 더 와닿는 노랫말이다.

앵콜 곡의 마지막으로 Eagles의 Take it to the limit의 마지막 소절이 반복되며 한 사람씩 무대를 떠나갈 때 느꼈던 짙은 여운은 좀처럼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한번 피어난 들국화,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년에 계속될 그들의 다음 장, 2막 2장(?)을 기대한다.

가디언즈 (Rise of the Guardians, 2012)

그간 영화를 몇 편 보기는 했지만 봤다고 남기는 건 꽤 오랜만.
주말을 이용해 딸 아이와 함께 봤는데, 꽤 멋진 애니메이션이었다.
드림웍스 작품이라 기본적인 신뢰는 있었지만 그 이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딸 아이도 꽤나 재미있게 본 듯…
가디언즈 중 샌드맨의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꽤나 매력적이었고, 빅풋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도 인상적이었다.

산타 놀즈가 잭 프로스트에게 “너의 중심은 뭐지?”라고 물었던 질문이 마치 내게 묻는 것 같이 느껴진 것은 나의 소심함 때문인가?? 자꾸만 그 물음이 머리속에 떠도는 주말 밤이다…

아바타(Avatar, 2009)

요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5억 달러가 투자되었다거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0년을 넘게 기획했다는 등 꼭 봐야할 것만 같은 느낌을 강요하는 조금은 불편한 마케팅의 이 영화를 어제 심야로 봤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영화는 3D로 봐야 제맛이라나.. 어쨌거나 어제 본 것은 3D가 아닌 그냥 디지털 영상이었으나,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영상만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3D로 본 사람들이 “3D로 안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봤는데, 정말 3D로 보면 확실히 더 멋질 것 같기는 하지만, 굳이 따로 3D로 예매하고 찾아가서 다시 볼 생각은 현재로서는 크게 없다. 그냥 디지털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기대했던 부분을 충족할 수 있었으므로..

대게 영상이 좋은 영화들이 그렇듯 스토리 라인은 조금 진부한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때로는 이러한 약점도 엄청난 강점 하나로 모두 용서될 수도 있는 법이다. 이 영화가 그렇다. 스토리가 좀 후지다고 누가 이 영화를 욕하겠는가? 어차피 스토리가 아닌 눈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영화인데…

마치 유럽의 침입자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을 정복하는 과정을 떠오르게 만드는 판도라 행성의 전투는, 지구의 역사와는 달리 원주민 편에 선 지구인 아바타 제이크 설리의 영웅적인 활약에 힘입어 원주민 나비(Na’vi)의 승리로 마무리되고, 탐욕스런 침입자 지구인들은 지구로 되돌려 보내진다는 내용.

2시간 40분 정도되는 러닝타임 동안 영상에 푹 빠질 수 있어 좋았으나, 개인적으로는 확실히 이런 CG가 화려한 블럭버스터 보다는 좀더 스토리가 탄탄하거나 혹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들이 더 취향에 맞는구나라는 생각은 다시 한번 하게 만들었던 영화.

그건 그렇고, 심야영화로 봤는데, 영화 보기 전에 과메기 안주에 막걸리를 마신 결과, 영화보는 내내 트림 참느라 무진장 힘들었었다는..

업 (Up, 2009) 그리고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 (名探偵コナン 漆?の追跡者, Detective Conan: The Raven Chaser, 2009)

아이의 유치원 방학을 맞아 멀리 떠나지는 못하고 영화 두 편 같이 봤다.

먼저 지난 일요일에 본 UP (더빙판)

재미있다. 칼과 엘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다가 노년이 되어 엘리를 먼저 떠나보내는, 슬라이드 처럼 보여주는 칼 할아버지의 회상은 꽤 슬프기도 하다. 눈물 찔끔…
어쨌던 주요 이야기는 이런 칼 할아버지와 8살 짜리 뚱뚱보 꼬마 러셀이 남아메리카 파라다이스 폭포로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인데, 역시 PIXAR 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흥미있다.
PIXAR 최초 3D 영화라 해서, 칼 할아버지 안경과 비슷한 스타일로 만들어진 입체 영화 전용 안경을 쓴 채로 관람했는데, 3D 효과가 오히려 크게 도드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다.

본편 전에 상영된 단면 Partly Cloud도 정말 예쁘고 멋있었다.

와이프와 내가 너무 재미있게 보는 바람에, 상영 중 아이의 반응을 미처 잘 살필 겨를이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전반적인 맥락은 이해 못하고 장면들 위주로 재미있게 본 듯…. 초반에 칼과 엘리의 어린 시절에서 너무 갑자기 칼 할아버지로 시점이 전환되다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좀 혼란이 있었던 듯…
어쨌거나 아이도 무척 재미있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추가로 이순재씨의 칼 할아버지 목소리 연기… 정말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고, 러셀의 목소리 연기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귀여웠다.

어제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계획에 없던 휴가를 내고 본 영화.
명탐정 코난: 칠흑의 추적자

원래 와이프가 아이와 함께 보기로 했는데, 내가 와이프를 대신해서 봤다.
평소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명탐정 코난의 열열한 팬인 아이가 고른 애니메이션.

가끔 아이가 보는 케이블TV 명탐정 코난을 함께 보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잘 이해 안되었었는데, 이걸 보니 도일이가 코난이 된 과정과 홍장미의 과거, 그리고 검은조직의 정체에 대해 초반에 정리를 해 주어 이제야 좀 클리어해졌다.

도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해가는 코난의 활약과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멋진 장면들이 애니메이션이 아닌 한편의 액션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러닝타임도 애니메이션 치고는 꽤 길었던 듯.
전날의 과음으로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는데, 끝까지 졸지 못하게 만드는 나름 긴장감 넘치는 영화였다.

앞으로 주말이면 TV 앞에서 아이와 함께 명탐정 코난을 열심히 시청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체 관람가 등급이기는 했지만, 7살 짜리 여자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역시나 무리가 있었던 듯…
영화 관람 이후에 이것 저것 물어보니 제대로 이해한 부분이 별로 없다…. 음..
그래도 무척 재미있었다나… 어찌되었던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