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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실 때 듣는 음악

아이튠즈에 “술 마실 때 듣는 음악”이라는 이름의 재생목록을 만들었다.
술 마시며 선곡하였고, 술 취한 상태로 반복하여 들으면서 몇 곡을 빼고 더한 끝에 만들어진 재생목록이니 가히 술 마실 때 들을만한 제대로 된 재생목록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술을 마실 또 하나의 이유가 만들어졌다.
“술 마실 때 듣는 음악”을 듣기 위해….

  1. 먼훗날 – 조트리오
  2.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김광석
  3. 가리워진 길 – 김현식
  4. 슬픈 인연 – 나미
  5. 제발 – 들국화
  6. 이젠 준비가 됐는데 – 볼빨간
  7. 이별 이야기 – 이문세, 고은희
  8. 찔레꽃 – 장사익
  9. 북한강에서 – 정태춘
  10. 고해성사 – 하림
  11.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 임현정
  12. 헤어지고 난 후 – 오석준
  13. 봄비 – 신촌블루스(박인수)
  14. 꿈에 들어와 – 서울전자음악단
  15. 앵콜요청금지 – 브로콜리너마저
  16. 총맞은 것처럼 – 백지영
  17. 꿈에 – 레이니썬

17곡, 1시간 20분

김창완 – E메이져를 치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김창완 밴드를 듣고 싶어 벅스에서 검색했는데 우연찮게도 얼마전 나온 그들의 미니앨범을 발견하고 들었다.

E메이져를 치면

처음 한번 들었을 때, 그의 천재성을 느꼈고
세번 쯤 들었을 때, 그의 감수성을 느꼈다.
미친 천재성과 미친 감수성이다.

충격적이다.
앞으로 술 취했을 때 듣고 싶을만한 노래가 하나 더 늘었다.

E메이져를 치면 늘
그녀가 입던 초록색 점퍼가 생각이 난다
F#m를 치면 왜
그녀의 집으로 가던 육교가 떠오를까
한동안 다른 코드를 칠 수가 없다
그래도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A D Bm G 왜 이렇게 숨이 찰까

D메이져를 치면 환하게 웃던
그녀 생각이 난다
G를 쳐도 그렇고
Em에서는 양말상자가
A를 치면 창가에 소파가
베이지색 소파가 떠오른다

20121221 들국화 2막1장 앵콜공연

올해 있었던 반가운 일 중의 하나는 들국화의 재결성이다.

전인권, 최성원, 주찬권 세 분만으로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것만으로도 80년대 들국화의 향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나같은 이들에게는 너무나 큰 선물이다.

지난 10월에 있었던 학전 공연을 뒤늦게 알게 된 아쉬움에 올해 안에 또 하나의 공연이 있기만을 학수고대하다가 연말 앵콜 공연을 힘겹게 예매하여 와이프와 딸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마침내 만난 이들의 공연은 내겐 큰 감동이었다.
얼마 전 대선에서의 상실감을 지울 수는 없겠지만 이런 아픈 마음들에 위로를 주기엔 충분한 공연이었다.
전인권씨가 부르는 “걱정말아요 그대”는 이런 위로의 클라이막스였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라는 노랫말이 두고두고 마음 깊히 울린다.

전인권씨가 부르기에 더 와닿는 노랫말이다.

앵콜 곡의 마지막으로 Eagles의 Take it to the limit의 마지막 소절이 반복되며 한 사람씩 무대를 떠나갈 때 느꼈던 짙은 여운은 좀처럼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시 한번 피어난 들국화,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내년에 계속될 그들의 다음 장, 2막 2장(?)을 기대한다.

Tall Heights – Rafters (2011)

Pinterest에서 우연히 만나 끝내 Bandcamp에서 이들의 디지털 음원을 구매했다. 2011년 9월에 발매된 EP로 다섯 곡의 아름다운 포크 음악을 담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와 첼로, 단촐한 두 악기의 어울림도 훌륭하지만 여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얹혀진 두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또 하나의 악기인 듯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오래 전 CD가 닳도록 들었던 Heron이 떠올랐다.
이들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은 보스턴에 위치한 이들의 아파트에서 슈어 마이크와 iMac으로 레코딩되었다고 한다. (These five tracks were recorded over a few sweltering months in a small bedroom of their Boston apartment with little more than an SM58 microphone, an iMac, a guitar, a cello and their voices)

iTunes와 bandcamp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구할 수 있고, CD Bay에서는 디지털 음원 뿐 아니라 CD로도 구할 수 있다.

값비싼 장비나 스튜디오는 필요없다. 실력과 열정만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 세상에 내 놓고,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귀에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All Music에 조차 아직 등록되지 않은 이런 멋진 아티스트를 웹을 통해 몇 번의 클릭으로 찾아내고 좋아하게 된다는 것.. 얼마나 멋진가? 당분간 사무실에서는 이들의 음악을 귀에 꼽고 있을 것 같다.

볼빨간 – 야매, 정재일 – 공장의 불빛

2001년에 발매되었으니 벌써 8년이 지난 앨범인데다.. 아마도 수량도 얼마 안풀린 듯, 모든 사이트에 품절로 떠 있던 볼빨간의 “야매”를 중고 CD샵을 통해 운좋게도 구입하여, 오늘 내 손에 넣었다.
가끔 이 앨범이 중고샵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좀 비싼 듯하여 구입을 망설였었는데.. 우연히 얼마 전에 들른 샵에서 만원대에 올라와 있길래 바로 구매… 게다가 미개봉 제품..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받자마자 뜯어 iTunes로 리핑해 두고 쭉 듣는데… 왜일케 감개무량한지…
볼빨간은 천재가 틀림없다!!

CD  하나만 주문하기에는 배송료가 아까워 좀 더 뒤지다가 추가로 주문하여 받은 중고 아이템.. 김민기씨의 78년작을 2004년 정재일이 리메이크 한 노래굿 “공장의 불빛“….
김민기씨가 78년 당시 비밀리에 녹음하여 테이프로 약 2천개를 돌렸었다고 하는데, 이걸 정재일이 리메이크한 음반이다. 형식은 진짜 노래굿.. 마치 뮤지컬 사운드트랙을 듣는 듯..
전인권, 이승렬, 이적 등 유명 뮤지션도 참여한 이 앨범은 아직 한번밖에 듣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스케일도 크고 무엇보다 당시의 노동문제에 기반한 저항의식이 그대로 담겨있어, 아주 무겁게 들린다…

오랜도록 찾던 음반 하나와 우연히 만나게된 음반 하나.. 두 음반 모두 너무나 만족스럽고, 당분간 이 음악들로 행복할 것 같다.

볼빨간 “야매” (2001)

김민기 작사 작곡/정재일 편곡 프로듀싱 “공장의 불빛” (2004)

 

11월을 기다리게 만드는 노래.. November Rain

지난 주 말부터 날씨가 제법 싸늘해졌다.
가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애매모호한 기온에 짜증나던 차에 마주친 서늘한 바람은 차라리 반갑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겐 가을은 없고 늦여름과 겨울만 있다.
2008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 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지만 한 해를 본격적으로 마무리할 기분이라도 좀 낼 겸 차라리 11월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11월이 오면 이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한바탕 퍼질르고 난 후, 제대로 맘먹고 다시 삶을 추스려야겠다.

King Crimson – Islands (1971)

몇 주 전 King Crimson의 Islands 앨범을 회사에 가져다 놓고 틈나는 대로 듣고 있다.

프로그레시브락 계에 큰 획을 그었던 그들이 69년 데뷔작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의 무게감, 90년대 이후 VROOOM, THRAK에서 보여준 감각적인 세련미와는 또 다른 의외의 매력을 가진 음반이다.

Boz Burrell의 목소리는 아주 끈적거리고 우울한 것이, 이 그룹을 거쳐 간 그 어느 보컬보다 이 음반에 어울리고, 그 목소리에 더해진 오보에, 색소폰 등의 관악기는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이 앨범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마지막 트랙 Islands는 언제 들어도 슬프고, 아름답고, 아프고 그렇다. Peter Sinfield가 쓴 가사도 예술적이라고들 하는데, 알아 듣기는 좀 어렵다.

여운이 정말 긴 곡이다.

King Crimson – Islands (1971)

Mauro Pelosi – La Stagione Per Morrire (1972)

1994년 시완레코드를 통해 국내 라이선스로 소개된 아주 오래전(36년전) 이탈리아 싱어송라이터 Mauro Pelosi의 첫 앨범으로 “죽음에 이르는 계절”라는 의미의 제목을 단 음반이다.

한 때, 레코드 가게에 가서 주인아저씨한테 Mauro Pelosi와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을 찾아 달라고 했었던 적이 있을 만큼, Mauro Pelosi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때가 있었다.

굳이 Mauro Pelosi의 음악을 말로 표현한다면 처절미다.
어코스틱 기타가 주를 이루는 비교적 잔잔한 연주에 실린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Mauro Pelosi의  목소리는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의미가 전해지는 듯한 착각을 느낄 만큼 아주 명료하게 처절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오랫동안 CD 장식장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이 음반을 다시 꺼내 듣게 된 것은, 알콜의 힘이었다.
술 먹고 난 후, 갑자기 몹시 듣고 싶어지는 음악들이 생각나곤 하는데, 이렇게 문득 취중에 생각나는 음악들은 그 장르도 다양하거니와 웬만해서는 실패하는 법 없이 메마른 삶에 음악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주곤 한다.
지난주 음주 뒤에 갑자기 생각난 것이 Mauro Pelosi였고, 역시나 좋은 선택이었다.
술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이런 식으로 잊혀졌던 과거를 만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었든, 그렇지 않은 것이었든…

제정신일 땐 이것저것 새로운 음악들을 들어보려고 꽤 노력하는데도 귀에 잘 안 들어오는 반면, 술김에 집어 들게 되는 Mauro Pelosi 같이 오래전에 수도 없이 들었던 음악들에 더 편함을 느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찾아 거기에 익숙해지기엔 나이가 들어버린 탓일까?

Mauro Pelosi-La Stagione Per Morrire (1972)

youtube에 올려져 있는 이 앨범의 5번째 트랙, 동명 타이틀 곡이다.
음질이 무척 조악하기는 하지만, Mauro Pelosi의 36년전 음악을 링크할만한 더 훌륭한 소스를 찾지는 못했다.

 

Jimi Hendrix – Woke Up This Morning and Found Myself Dead (1998)

Jimi Hendrix….
1942년에 태어나서 1970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30세를 채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요절한 이 천재 기타리스트는 고작 3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남기고 4번째 앨범 녹음 중 세상을 뜨고 말았으나, 사후 그가 생전에 활발히 활동한 4년간의 미발표 작품이나 공연 사운드 등을 담은 수많은 유작 앨범들이 발매되면서 그의 뮤지션으로서의 천재성이 재발견되어 왔다.

1998년에 발매된 1968년 뉴욕 시티 Scene 클럽에서의 라이브를 담은 bootleg 앨범 Woke Up This Morning and Found Myself Dead를 들었다. 앨범 제목 참 멋지다.

여느 그의 공연 앨범이 그렇듯,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듯한 그의 기타 사운드와 그에 걸맞게 묵직한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블루지한 곡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려져 있다.
60년대 후반의 미국 클럽 분위기를 알지는 못하지만 아주 어두운 분위기에 술에 취해 흥청거리는 듯한 분위기가 앨범 전반에 걸쳐 묻어나면서 듣고 있자면 술 생각이 나기도 한다.

특히 세 번째 트랙 Bleeding Heart의 후반부부터 등장하는 Jim Morrison의 출현은 이 앨범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달하게 만든다. 역시 Jim Morrison의 카리스마는 인상적이었다. 그 리얼하게 질러대는 욕설하며…

Jimi Hendrix와 Jim Morrison 그리고 Johnny Winter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1960년대 말의 미국인들은 어쩌면 지금의 우리 세대가 꿈꾸기 어려운 대단한 행운을 누린 것이리라…

Jimi Hendrix – Woke Up This Morning and Found Myself Dead (1998)

Dokken – Under Lock and Key (1985)

80년대 중후반을 풍미했던 팝메탈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그룹 Dokken의 세 번째 앨범 Under Lock and Key를 듣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고교 시절, 학교에서 메탈을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음악감상회를 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곤 했었다. AHMF(AXXX Highschool Metallic Fellows)라는 이름의 동호회였는데, 맞춰 입었던 동호회 티셔츠의 디자인이 좀 과격한 분위기를 풍겼던 까닭에 일부 선생님들께 불량 서클로 오인되기도 했던 웃지 못할 추억이 있다. 이런 주위의 오해와 입시에 대한 압박 등으로 동호회 활동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던 걸로 기억되지만, 공부만을 강요받던 그 어두운 시절에 몇 안 되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때 메탈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음악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처음 알게되고 그 이후로 즐겨들었던 그룹 중의 하나가 Dokken…. 그후로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다시 듣는 Dokken에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년전이나 지금이나 Dokken은 귀에 익은 듯 친숙한 멜로디로 노래하는 Don Dokken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Geoge Lynch의 깔끔한 기타 연주의 어울림이 일품이다. 뭐, 시대를 뛰어넘는 명곡이라 하기엔 좀 뭐하겠지만, 80년대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나름의 가치가 충분한 음악이다.

Dokken – Under Lock and Key (1985)